1. 아티스트 소개
이 앨범은 두 명의 걸출한 아티스트가 만나 탄생한 프로젝트다. Danger Mouse(데인저 마우스, 본명 Brian Burton)는 Gnarls Barkley, Broken Bells, The Black Keys 등과의 협업으로 이름을 알린 미국의 프로듀서로, 장르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실험적인 사운드 메이킹이 특기다. Daniele Luppi(다니엘레 루피)는 이탈리아 출신의 작곡가이자 편곡가로, 이탈리아 시네마 사운드트랙의 세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이어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60~70년대 이탈리아 영화 음악에 대한 공통된 열정으로 뭉쳤으며,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앨범이다. 여기에 Norah Jones와 Jack White라는 두 거물 보컬리스트가 객원으로 참여해 앨범의 스케일을 완성했다.
2. 앨범 특징 및 배경
Rome*은 스파게티 웨스턴(이탈리아식 서부극) 영화 음악에서 영감을 받은 앨범으로, 제작에만 5년이 소요된 집념의 결과물이다. 스파게티 웨스턴이라는 명칭은 영미권의 용어이며, 우리에게 친숙한 '마카로니 웨스턴'이라는 표현은 일본 영화 평론가 요도가와 나가하루가 만든 말이다. 앨범은 빈티지 장비로 녹음됐으며, 당시 스파게티 웨스턴 사운드트랙을 직접 연주했던 전설적인 뮤지션들이 참여했다. 특히 <황야의 무법자> 사운드트랙을 녹음한 합창단 '칸토리 모데르니(Cantori Moderni)'가 재결성되어 함께했다. 모든 녹음은 엔니오 모리코네가 실제로 작업했던 로마의 Forum Music Village 스튜디오에서 이루어졌다.
이 앨범은 노라 존스와 데인저 마우스의 인연을 만들어준 결정적 전작이기도 하다. 노라 존스는 이 앨범 참여를 계기로 이후 자신의 5집 *Little Broken Hearts(2012)를 데인저 마우스와 공동 작업하게 된다. 그 앨범의 사운드가 어디서 기인했는지를 이해하려면 이 작품을 먼저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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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Theme Of "Rome" 2. The Rose With A Broken Neck 3. Morning Fog (Interlude) 4. Season's Trees 5. Her Hollow Ways (Interlude) 6. Roman Blue 7. Two Against One 8. The Gambling Priest 9. The World (Interlude) 10. Black 11. The Matador Has Fallen 12. Morning Fog 13. Problem Queen 14. Her Hollow Ways 15. The World |
3. 트랙별 감상
Track 04 — Season's Trees (feat. Norah Jones)
앨범에서 노라 존스의 목소리가 처음 등장하는 곡. 60년대 이탈리아 에로틱 스릴러 영화의 삽입곡처럼 나른하면서도 사이키델릭한 분위기가 일품이다. 몽환적인 합창 코러스와 그녀의 절제된 보컬이 겹쳐지며 신비롭고 유혹적인 공기를 만들어낸다. 데인저 마우스의 빈티지한 편곡이 노라 존스의 음색과 얼마나 잘 맞아떨어지는지를 처음으로 확인하게 되는 트랙이다.
Track 06 — Roman Blue (Instrumental)
보컬 없이 연주만으로 채워진 트랙으로, 이 앨범의 정체성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준다. 드라마틱한 현악 오케스트레이션과 빈티지한 베이스 라인이 어우러져, 듣고 있으면 마치 로마의 오래된 골목을 걷는 듯한 시각적 잔상이 남는다. 영화 속 한 장면이 펼쳐지듯 전개되는 구성이 탁월하다.
Track 13 — Problem Queen (feat. Norah Jones)
Little Broken Hearts의 정서와 가장 맞닿아 있는 곡. 서늘하고 건조한 비트 위로 흐르는 노라 존스의 무심한 듯 차가운 보컬이 매력적이다. 이 앨범에서 그녀가 이후 보여줄 '서늘한 예술가'로의 변신을 가장 선명하게 예고하는 트랙으로, 두 앨범을 연결하는 중요한 교점이기도 하다.
Track 15 — The World (feat. Jack White)
앨범의 대미를 장식하는 피날레. 잭 화이트의 처연하면서도 힘 있는 보컬과 웅장한 합창이 어우러지며 한 편의 거대한 서부극이 막을 내리는 듯한 비장미를 선사한다. 앨범 전체를 관통하던 긴장감이 서서히 해소되는 카타르시스를 안겨주는, 더할 나위 없는 엔딩곡이다.
4. 내가 좋아하는 트랙과 포인트
이 앨범에서 가장 자주 꺼내 듣게 되는 두 곡은 Track 07 — Two Against One (feat. Jack White) 와 Track 10 — Black (feat. Norah Jones)이다.
Two Against One은 비장미 넘치는 사운드가 압권이다. 잭 화이트 특유의 날카롭고 드라마틱한 보컬이 엔니오 모리코네 스타일의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과 만나 서부극 액션 장면 같은 박진감을 선사한다. 앨범 내에서 가장 강렬한 에너지를 발산하며 청자를 단숨에 몰입시키는 힘이 있다.
Black은 이 앨범에서 가장 유명한 곡이자, 노라 존스의 가장 매혹적인 보컬을 만날 수 있는 트랙이다. 건조한 드럼 비트와 반복되는 어쿠스틱 기타 리프 위로 흐르는 그녀의 음색은 몽환적이면서도 깊은 고독을 느끼게 한다. Little Broken Hearts의 "Say Goodbye"에서 보여준 그 나른한 긴장감의 원형을 이 곡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노라 존스의 재즈적 보컬이 어떻게 인디·얼터너티브 사운드와 완벽하게 결합할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곡이다.
5. 총평 및 추천 이유
"과거의 유산으로 빚어낸 가장 현대적인 영화적 경험"
Rome은 단순히 옛 음악을 흉내 낸 복고풍에 그치지 않는다. 스파게티 웨스턴 사운드트랙에서 영감을 받아 당시의 연주자들과 합창단, 그리고 실제 녹음 공간까지 재현하는 집념으로 빚어낸 이 앨범은, 듣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에 영화 한 편이 상영되는 듯한 놀라운 공간감을 만들어낸다. 엔니오 모리코네의 전설적인 사운드는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되었고, 노라 존스와 잭 화이트라는 두 보컬리스트는 각자의 색깔로 그 세계관에 숨결을 불어넣었다.
특히 노라 존스에게 이 앨범은 운명적인 전환점이었다. 재즈라는 익숙한 집을 떠나 처음 도착한 이 '로마'라는 공간에서, 그녀 안에 숨겨져 있던 몽환적이고 서늘한 톤이 처음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앨범 없이 Little Broken Hearts가 존재할 수 있었을까,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이 곧 이 앨범이 가진 가장 큰 가치다.
엔니오 모리코네의 사운드트랙이나 60년대 이탈리아 영화 음악에 관심 있는 리스너, 데인저 마우스의 팬, 그리고 노라 존스와 잭 화이트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고 싶은 이 모두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영화 한 편을 보고 싶지만 시간이 없는 날, 이 앨범 한 장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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