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록 음악은 기타의 강렬한 사운드뿐 아니라 새로운 전자악기의 가능성도 적극적으로 탐색했다. The Edgar Winter Group의 《They Only Come Out at Night》는 로니 몬트로즈의 힘 있는 기타와 에드가 윈터의 신시사이저를 결합해, 블루스 록의 뿌리를 유지하면서도 당시로서는 색다른 사운드를 들려준다.
멀티 인스트루멘털리스트 에드가 윈터와 에드가 윈터 그룹
에드가 윈터(Edgar Winter)는 블루스 록 기타리스트 조니 윈터(Johnny Winter)의 친동생이자 건반, 신디사이저, 색소폰, 보컬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멀티 인스트루멘털리스트다. 1946년 12월 28일 미국 텍사스주 뷰몬트에서 태어난 그는 형 조니와 마찬가지로 백색증(albinism)을 가지고 태어났다. 백색증은 멜라닌 색소의 생성이 부족한 유전적 특성으로, 피부와 머리카락의 색뿐 아니라 시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에드가는 뛰어난 연주력과 장르를 가리지 않는 음악적 역량으로 형과는 다른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했다.
1972년 말 결성한 에드가 윈터 그룹(The Edgar Winter Group)은 기타리스트 로니 먼트로즈(Ronnie Montrose), 베이스와 기타, 보컬을 담당한 댄 하트만(Dan Hartman), 드러머 척 러프(Chuck Ruff)를 핵심 라인업으로 꾸렸다. 릭 데린저(Rick Derringer)는 이 앨범에서 프로듀서로 참여해 밴드의 사운드를 완성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들의 음악은 블루스 록과 하드 록의 힘을 바탕으로 팝적인 멜로디와 펑키한 리듬, 당시 새로운 악기로 주목받던 신디사이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에드가 윈터의 화려한 건반과 색소폰 연주, 로니 먼트로즈의 힘 있는 기타, 댄 하트만의 감각적인 작곡이 어우러지면서 단순한 기타 중심의 록 밴드와는 다른 개성을 만들어냈다. 댄 하트만은 이후 솔로 가수로도 성공했으며, 1984년 영화 Streets of Fire 사운드트랙 수록곡 'I Can Dream About You'로 국내에서도 이름을 알렸다.
10곡을 단 사흘 만에 녹음한 데뷔 앨범
1972년 11월 에픽 레코드(Epic Records)를 통해 발매된 《They Only Come Out at Night》는 에드가 윈터 그룹의 첫 번째 정규 스튜디오 앨범이다. 녹음은 1972년 8~9월에 이루어졌으며, 릭 데린저가(Rick Derringer) 프로듀서를 맡았다. 빌보드 200에서 3위까지 올랐고 80주 동안 차트에 머물렀으며, 미국 RIAA 더블 플래티넘 인증을 받았다.
앨범의 가장 큰 매력은 서로 다른 음악적 성격을 가진 곡들이 자연스럽게 한 작품 안에 공존한다는 점이다. 'Hangin' Around'와 'When It Comes'에서는 기타를 앞세운 활기찬 록 사운드를 들려주고, 'Free Ride'에서는 간결하면서도 강한 흡인력을 지닌 팝 록의 매력을 드러낸다. 반면 'Autumn'은 따뜻하고 서정적인 분위기로 앨범의 속도를 조절한다. 에드가 윈터는 이 앨범에서 피아노, ARP 신디사이저, 오르간, 클라비넷, 마림바, 색소폰, 팀발레스 등 다양한 악기를 직접 연주하며 곡마다 다른 색깔을 만들어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신디사이저를 단순히 배경을 채우는 악기가 아니라 록 음악의 중심에 설 수 있는 악기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에드가 윈터는 건반과 신디사이저를 기타와 대등한 위치에 놓았으며, 그 결과는 앨범의 대표곡 'Frankenstein'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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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의 흐름을 만드는 주요 트랙
Hangin' Around
댄 하트만과 에드가 윈터가 공동 작곡한 앨범의 문을 여는 곡으로, 경쾌한 리듬과 힘 있는 기타 연주가 시작부터 귀를 사로잡는다. 로니 먼트로즈의 기타는 거칠게 밀어붙이면서도 멜로디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에드가 윈터의 보컬과 건반은 곡에 밝고 활기찬 분위기를 더한다. 앨범 전체에 담긴 에너지와 대중적인 감각을 단번에 보여주는 출발점이다.
When It Comes
앞선 곡의 경쾌함을 이어가면서도 블루스 록의 색채가 더욱 짙게 드러나는 트랙이다. 묵직하게 움직이는 리듬 위로 에드가 윈터의 힘 있는 보컬이 펼쳐지고, 건반과 기타가 서로의 공간을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긴밀하게 맞물리는 점이 인상적이다. 밴드의 연주력이 단순히 빠르고 강한 사운드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곡이다.
Alta Mira
앨범에서 색다른 분위기를 담당하는 곡이다. 어쿠스틱한 질감과 라틴 음악을 연상시키는 리듬이 어우러져 앞선 록 트랙들과는 다른 여유를 만들어낸다. 에드가 윈터는 여러 악기를 활용해 곡에 이국적인 색채를 더하고, 강렬한 기타와 신디사이저가 중심이 되는 앨범에서 이러한 곡이 등장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구성이 더욱 다채롭게 느껴진다.
Undercover Man
에드가 윈터가 단독 작곡한 곡으로, 펑키한 리듬과 하드 록의 힘이 결합됐다. 베이스와 드럼이 만들어내는 탄탄한 리듬 위에 기타와 건반이 맞물리며, 각 악기의 움직임이 곡에 추진력을 부여한다. 에드가 윈터 그룹이 블루스와 하드 록뿐 아니라 리듬 자체의 재미를 살리는 데에도 능숙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트랙이다.
Round & Round
에드가 윈터 단독 작곡의 곡으로, 여유롭게 출발해 멜로디의 흐름을 따라가게 만든다. 기타와 건반은 처음부터 강하게 밀어붙이기보다 차근차근 분위기를 쌓아가며, 클라비넷을 연상시키는 톡톡 튀는 음색이 리듬에 경쾌한 질감을 더한다. 전개가 진행될수록 연주의 밀도가 높아지면서 록 특유의 힘도 살아난다.
이 앨범에서 가장 여러 번 꺼내 듣는 세 곡
Free Ride
댄 하트만이 작곡하고 보컬을 맡은 곡으로, 빌보드 핫 100 14위에 오른 앨범의 대표적인 히트곡이다. 시작부터 귀에 들어오는 기타 리프와 힘 있게 움직이는 리듬, 단번에 따라 부를 수 있는 후렴구가 매력적이다. 특히 후렴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멜로디의 흡인력이 뚜렷해지며, 댄 하트만의 보컬은 곡의 경쾌한 분위기를 잘 살린다. 하드 록의 에너지를 팝의 친숙함과 결합한 곡으로, 에드가 윈터 그룹의 대중적인 매력을 가장 쉽게 느낄 수 있는 트랙이다.
Autumn
댄 하트만이 작곡하고 노래한 서정적인 곡이다. 앨범의 다른 트랙들이 강한 리듬과 기타 연주로 활기를 불어넣는다면, 이 곡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멜로디와 보컬에 집중하게 만든다. 어쿠스틱한 반주와 부드럽게 흐르는 선율이 어우러지며, 댄 하트만의 담백한 목소리는 곡에 아련한 정서를 더한다. 개인적으로는 가을이 되면 한 번씩 꺼내 듣게 되는 곡으로, 계절이 바뀌는 시기의 차분함과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게 하는 분위기가 잘 어울린다. 짧은 곡이지만 감정을 과하게 밀어붙이지 않고도 충분한 인상을 남긴다.
Frankenstein
에드가 윈터가 작곡한 연주곡으로, 1973년 5월 빌보드 핫 100 1위에 올랐으며 RIAA 골드 인증을 받았다. 원래 라이브 잼 세션을 녹음한 테이프를 편집해 완성한 곡으로, 릭 데린저의 권유로 앨범에 수록됐다. 처음 싱글로 발매됐을 때는 'Hangin' Around'의 B면에 실렸지만, DJ들이 이 곡을 틀기 시작하면서 반응이 이어졌고 음반사는 두 곡의 수록 순서를 뒤집어 'Frankenstein'을 전면에 내세웠다.
곡의 중심에는 에드가 윈터의 화려한 신디사이저 연주가 있다. ARP 2600을 비롯한 아날로그 신디사이저가 독특한 음색과 강렬한 리프를 만들어내고, 색소폰 연주가 더해지면서 사운드에 한층 다채로운 색깔을 입힌다. 여기에 변박자를 활용한 전개와 힘 있게 몰아치는 드럼 솔로가 긴장감을 높이며, 각 악기가 차례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구성은 라이브 잼 세션에서 출발한 곡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에드가 윈터가 키보드를 몸에 둘러메고 연주할 수 있도록 스트랩을 활용한 모습 역시 이 곡의 라이브 공연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남았다. 신디사이저를 단순한 배경음이 아닌 기타와 대등한 록의 리드 악기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1970년대 록 음악의 사운드 확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연주곡이다.
강렬한 연주와 친숙한 멜로디가 공존하는 70년대 록의 성과
《They Only Come Out at Night》의 매력은 에드가 윈터 한 사람의 연주력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에드가 윈터가 신디사이저와 색소폰, 건반을 활용해 사운드의 폭을 넓혔다면, 로니 먼트로즈는 기타로 곡에 힘과 선명한 윤곽을 더했다. 댄 하트만은 베이스와 리듬 기타를 비롯해 우쿨렐레, 퍼커션 등 다양한 악기를 연주했으며, 작곡과 보컬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여러 악기를 다루는 능력뿐 아니라 멜로디를 만드는 감각까지 갖춘 그의 존재는 밴드가 강렬한 록과 대중적인 팝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큰 몫을 했다. 척 러프의 드럼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탄탄한 리듬과 힘 있는 타격감으로 각 악기의 움직임을 하나로 묶으며, 신디사이저와 기타가 자유롭게 전개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처럼 네 연주자의 역할이 맞물리면서 앨범은 특정 악기나 음악적 성격에 갇히지 않는다. 기타가 중심을 잡는 곡에서도 건반과 리듬 섹션이 독자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고, 연주곡에서는 보컬 없이도 밴드의 개성을 충분히 전달한다. 악기 편성이 풍성하면서도 각 연주가 서로의 자리를 빼앗지 않는다는 점이 이 앨범의 완성도를 높인다. 멤버 개개인의 기량을 과시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그 능력을 곡의 매력으로 연결했다는 점에서 팀워크의 힘도 느낄 수 있다.
《They Only Come Out at Night》는 기타 중심의 록을 바탕으로 여러 악기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앨범이다. 블루스 록의 거친 질감과 팝의 친숙한 멜로디, 펑키한 리듬, 전자 악기의 독특한 음색이 한 작품 안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특정 장르의 문법을 엄격하게 따르기보다 멤버들의 연주 역량과 곡의 성격에 따라 사운드를 유연하게 바꿔 나간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에드가 윈터 그룹의 개성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작품 가운데 하나로, 1970년대 록 음악의 다채로운 매력을 확인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할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