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루시카의 《エルマ》는 전작 《だから僕は音楽を辞めた》에서 시작된 이야기를 이어가며 사랑과 상실, 기억의 의미를 한층 깊이 있게 풀어낸 작품이다. 에이미가 남긴 음악과 그 흔적을 따라가는 엘마의 시선을 통해, 한 사람을 향한 그리움이 어떻게 노래로 이어지는지 섬세하게 그려냈다.
문학과 음악 사이, n-buna와 suis의 프로젝트
요루시카(ヨルシカ)는 보컬로이드 프로듀서 출신의 작곡가 n-buna(나부나)와 보컬리스트 suis(스이)가 2017년 결성한 일본의 음악 프로젝트다. n-buna는 보컬로이드 음악을 통해 이름을 알렸으며, 서정적인 멜로디와 기타 중심의 록 사운드, 문학적인 가사를 결합한 음악으로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왔다. suis는 맑고 투명한 음색을 바탕으로 곡에 담긴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때로는 담담하게 이야기를 들려주면서도 감정이 고조되는 대목에서는 선명한 가창력을 드러낸다.
요루시카의 음악은 두 사람의 개성이 만나는 지점에서 완성된다. 익숙하고 친근한 팝 멜로디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기타의 질주감과 다채로운 편곡을 활용해 록 음악의 활력을 놓치지 않는다. 여기에 문학 작품을 연상시키는 가사와 이야기 구조를 더해 노래 한 곡을 넘어선 감상 경험을 만들어낸다.
특히 요루시카는 앨범마다 특정한 인물과 이야기를 중심에 두고 음악과 문학적 요소를 연결하는 작업으로 주목받았다. 2019년 발표한 정규 1집 《그래서 나는 음악을 그만두었다》와 정규 2집 《엘마》는 이러한 특징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작품으로, 두 앨범은 각각 독립적으로 감상할 수 있으면서도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된다.
에이미의 흔적을 따라 떠난 엘마의 여정
2019년 8월 28일 발표한 《엘마(エルマ)》는 요루시카의 두 번째 정규 앨범으로, 같은 해 4월 발매된 《그래서 나는 음악을 그만두었다》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전작이 에이미(エイミー)가 엘마에게 남긴 음악과 편지를 통해 이야기를 시작했다면, 이번 앨범은 그 기록을 받아 든 엘마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에이미가 방문했던 장소를 따라 여행하면서 그가 남긴 흔적을 마주하고, 그 과정에서 느낀 감정을 자신의 음악으로 표현한다는 설정이다. 앨범은 오리콘 차트 주간 3위, Billboard Japan Hot Albums 주간 2위를 기록하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앨범의 특별 한정판에는 엘마가 여행 중 촬영한 사진과 일기장을 재현한 구성품이 포함됐다. 음악뿐 아니라 사진과 글을 통해 인물의 여정을 따라가도록 설계한 것으로, 앨범이 음악 이상의 감상 경험을 의도하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음악적으로는 전작에서 이어지는 기타 중심의 록 사운드와 서정적인 멜로디가 여전히 중심을 이룬다. 다만 이번에는 상실을 직접적으로 토로하기보다 여행 중 마주하는 풍경과 기억을 통해 감정을 드러내는 곡들이 두드러진다. 경쾌한 리듬과 청량한 기타가 여름의 생동감을 전하는 한편, 차분한 발라드와 연주곡은 그 이면에 자리한 쓸쓸함을 드러낸다. 총 14곡에는 보컬곡과 연주곡이 함께 수록됐다. '車窓(차창)', '湖の街(호수의 거리)', '森の教会(숲의 교회)', '海底、月明かり(해저, 달빛)' 네 곡의 연주곡이 노래 사이에 풍경을 그려 넣으며 여행의 흐름을 이어간다.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들었을 때 각 곡이 하나의 여정 속에 놓인 듯한 인상을 준다는 점이 이 앨범의 중요한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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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정의 풍경을 담은 주요 트랙
憂一乗 (우울 한 겹)
차분한 기타 연주와 담백한 멜로디가 어우러지는 곡이다. 화려한 편곡으로 감정을 밀어붙이기보다 기타의 섬세한 움직임과 suis의 절제된 보컬을 중심으로 노래를 전개한다. 보컬이 선율을 따라 담담하게 이어지는 동안 기타와 리듬 악기가 곡의 흐름을 안정적으로 받쳐준다. 이 곡의 매력은 감정을 과장하지 않는 데 있다. 슬픔을 직접적으로 강조하지 않아도 보컬의 미세한 변화와 멜로디의 움직임만으로 인물의 내면을 짐작하게 한다.
夕凪、某、花惑い (무풍, 누군가, 꽃에 취하다)
앨범의 서정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록 밴드로서의 활력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곡이다. 빠르게 흐르는 일렉트릭 기타와 탄력적인 드럼이 곡의 추진력을 만들고, 그 위로 suis의 보컬이 경쾌하게 뻗어나간다. 흥미로운 점은 음악의 밝고 역동적인 인상과 가사에 담긴 복잡한 감정이 서로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멜로디만 따라가면 시원하게 달려가는 록 넘버로 들리지만, 가사에는 떠나간 이에 대한 깊은 그리움과 지워지지 않는 추억의 잔상이 담겨 있으며, 고요한 저녁 바다와 흩날리는 꽃잎의 이미지를 통해 그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神様のダンス (신들의 춤)
경쾌한 리듬과 리드미컬한 보컬이 인상적인 곡이다. 앨범의 다른 곡들과 달리 가볍게 몸을 움직이게 하는 리듬감을 앞세우며, 보컬은 리듬에 맞춰 유연하게 움직인다. 경쾌한 음악 안에도 요루시카 특유의 비틀린 시선과 문학적인 표현이 자리하며, 앨범을 듣는 동안 감정이 한 방향으로 가라앉지 않도록 환기하는 역할도 한다.
歩く (걷다)
제목처럼 걸음을 옮기는 행위 자체를 떠올리게 하는 곡이다. 힘을 과하게 싣지 않은 멜로디와 담백한 보컬이 중심을 이루며, 큰 폭의 감정 변화보다는 일정한 걸음으로 길을 따라가는 듯한 전개가 인상적이다. suis의 보컬은 감정을 직접적으로 설명하기보다 노래의 흐름 안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반복되는 걸음 속에서 조금씩 달라지는 마음을 전한다.
声 (목소리)
앨범 후반부에서 감정의 밀도를 높이는 곡이다. 더 이상 직접 들을 수 없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떠올리는 듯한 정서가 노래 전체에 흐르며, suis는 담담한 구절부터 높은 음역의 멜로디까지 힘을 과하게 주지 않는 가창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사람의 모습이나 함께했던 장소는 기억 속에 남아 있어도, 그 사람이 실제로 말하던 목소리는 더 이상 들을 수 없다는 간극을 보컬의 섬세한 표현과 점차 고조되는 음악으로 전달한다.
앨범에서 가장 여러 번 꺼내 듣는 다섯 곡
雨とカプチーノ (비와 카푸치노)
앨범을 대표하는 곡 가운데 하나로, 기타와 베이스가 만들어내는 탄탄한 록 사운드와 감각적인 멜로디가 돋보인다. 도입부부터 리듬을 잡아주는 베이스와 기타의 조화가 귀를 사로잡고, suis의 보컬은 부드럽게 흐르는 선율을 따라가면서도 후렴에서 선명한 인상을 남긴다. 비가 내리는 날 카페에서 창밖을 바라보는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음악에는 편안하면서도 어딘가 쓸쓸한 분위기가 공존한다. 반복해서 들을수록 베이스와 기타가 주고받는 리듬, 보컬이 선율을 밀고 당기는 방식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곡이다.
雨晴るる (비가 개다)
비가 그친 뒤의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청량한 록 넘버다. 곡이 진행될수록 드럼과 기타의 움직임이 활기를 더하고, 후반부에서는 연주가 한층 힘을 얻으며 시원하게 뻗어나간다. suis의 보컬 역시 반주의 상승 흐름을 따라 점차 힘을 싣는다. 이 곡을 추천하는 이유는 청량함을 단순히 밝은 분위기로만 표현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시원하게 뻗어나가는 밴드 사운드 안에 지나간 순간에 대한 아쉬움이 함께 남으며, 앨범이 지닌 여름의 감각을 역동적인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다.
心に穴が空いた (마음에 구멍이 뚫렸어)
앨범 발매 전 2019년 6월에 선행 공개된 곡이다. 상실감과 공허함을 직관적인 표현으로 풀어낸 록 트랙으로, 기타와 드럼이 만들어내는 밴드 사운드 위로 suis의 보컬이 얹히며 차분하게 감정을 쌓아가다가 후렴에서 보다 강한 힘을 발휘한다. 가사와 음악의 방향이 분명해 복잡한 비유를 따라가지 않아도 노래가 전하는 감정을 비교적 직접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동시에 보컬의 섬세한 표현과 밴드 연주가 단순한 슬픔 이상의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エイミー (에이미)
앨범 후반부에서 특히 인상적인 곡으로, 싱그럽고 밝은 멜로디가 먼저 귀에 들어온다. 산뜻한 기타와 경쾌하게 흐르는 리듬, 맑은 suis의 보컬이 어우러져 언뜻 들으면 가볍고 희망적인 분위기까지 느껴진다. 하지만 가사를 따라가면 전혀 다른 정서가 드러난다.에이미의 고독과 비극적인 결말, 그리고 그가 남긴 음악을 향한 엘마의 그리움이 함께 담겨 있다.
밝고 싱그러운 음악과 쓸쓸한 가사가 서로 대비되면서 오히려 곡에 담긴 감정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슬픔을 직접적으로 강조하기보다 아름다운 멜로디와 맑은 보컬 속에 상실과 그리움을 자연스럽게 녹여낸 방식도 인상적이다. 전작 《그래서 나는 음악을 그만두었다》와 연결해 들으면 에이미가 남긴 음악과 그를 기억하는 엘마의 마음이 서로 겹쳐지면서, 두 앨범의 이야기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곡이다.
ノーチラス (노틸러스)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곡으로, 차분하게 출발한 뒤 악기들이 점차 더해지며 규모를 넓혀가는 전개가 인상적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기타와 드럼이 힘을 얻고, suis의 보컬도 감정을 한층 선명하게 드러낸다. 이 곡이 이야기의 결말이면서 두 앨범을 연결하는 음악적 매듭이라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다. 전작의 마지막 곡과 함께 들으면 한쪽이 음악을 남기고 떠나는 이야기와 다른 한쪽이 그 음악을 따라가며 남겨진 감정을 마주하는 이야기가 서로 맞물린다는 사실이 더욱 분명해진다.
여름의 풍경에 새겨진 기억, 그리고 남겨진 음악
《엘마》는 청량한 기타 사운드와 귀에 쉽게 들어오는 멜로디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그 안에 상실과 기억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자연스럽게 담아낸 앨범이다. 경쾌한 리듬이 곡을 이끌고 suis의 맑은 보컬이 멜로디를 선명하게 살리지만, 음악을 따라가다 보면 밝은 표면 아래에 자리한 쓸쓸함을 발견하게 된다. 이 상반된 감정이 억지스럽지 않게 공존한다는 점이 앨범의 가장 큰 매력이다.
n-buna의 작곡은 멜로디의 친근함과 편곡의 세밀함을 함께 추구한다. 기타 중심의 록 사운드는 곡마다 다른 속도와 질감을 만들어내고, 네 곡의 연주곡은 보컬곡 사이에 공간을 마련하며 앨범 전체의 흐름을 이어간다. suis는 이러한 음악 위에서 맑고 섬세한 음색을 유지하면서도 필요한 순간에는 힘 있는 가창을 보여준다. 두 사람의 조합은 감정을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고도 노래의 흐름과 목소리만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효과적이다.
무엇보다 《엘마》는 특정한 몇 곡에만 완성도가 집중된 앨범이 아니다. 이번 리뷰에서는 보컬곡 10곡 가운데 5곡을 주요 곡으로, 나머지 5곡을 추천 트랙으로 나누어 소개했지만, 실제로는 주요곡으로 다룬 '憂一乗', '夕凪、某、花惑い', '神様のダンス', '歩く', '声' 역시 충분히 추천 트랙으로 꼽을 만하다. 각각의 곡이 서로 다른 분위기와 편곡을 들려주면서도 앨범의 전체적인 방향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특정 곡을 건너뛰기보다 10곡 모두를 차례로 들어보게 되는 것은 그만큼 수록곡의 완성도가 고르게 높기 때문이다.
전작을 먼저 감상했다면 《엘마》는 익숙했던 이야기의 다른 면을 발견하는 작품이 된다. 반대로 이 앨범을 먼저 접하더라도 서정적인 멜로디와 다채로운 밴드 사운드만으로 충분히 즐길 수 있으며, 이후 전작을 들으면 노래에 담긴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여름의 풍경은 지나가고 사람은 떠나지만, 그 순간에 만들어진 음악은 다른 사람의 기억 속에서 계속 살아간다. 《엘마》는 청량한 록 사운드와 섬세한 멜로디, 그리고 치밀하게 구성된 서사를 하나의 앨범 안에 자연스럽게 묶어냈다. 이야기를 따라가는 재미뿐 아니라 개별 곡을 골라 듣는 즐거움까지 갖춘, 수록곡의 완성도가 유난히 높은 작품이다. 요루시카의 음악을 처음 접하는 경우에도, 전작을 이미 들은 경우에도 충분히 추천할 만한 앨범이다.
《엘마》로 이어지는 이야기의 시작, 《그래서 나는 음악을 그만두었다》
요루시카(ヨルシカ) - 그래서 나는 음악을 그만두었다 (2019) 앨범 리뷰: 음악을 버리려 했던 순간,
요루시카(Yorushika)의 だから僕は音楽を辞めた는 이야기와 감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콘셉트 앨범이다. 에이미와 엘마의 서사를 따라가며 작품의 의미를 해석한다. 이야기와 음악을 결합해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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