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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사이시 조(久石譲) - 天空の城ラピュタ サウンドトラック ―飛行石の謎― (1986) 앨범 리뷰: 판타지와 모험을 음악으로 그려낸 라퓨타

by nemoworks 2026. 8. 31.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위한 음악이 독립적인 작품으로도 깊은 인상을 남기는 경우가 있다. 히사이시 조(久石譲)의 天空の城ラピュタ サウンドトラック ―飛行石の謎―는 오케스트라의 웅장함과 서정적인 멜로디, 신비로운 음색을 조화시키며 《천공의 성 라퓨타》가 지닌 모험과 낭만의 세계를 음악으로 완성한 작품이다.

애니메이션의 세계를 음악으로 확장한 히사이시 조

히사이시 조(久石譲)는 일본을 대표하는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음악 프로듀서로, 영화와 애니메이션 음악을 중심으로 폭넓은 활동을 이어왔다. 1950년 나가노현 나카노시에서 태어났으며 본명은 후지사와 마모루(藤澤守)다. 미니멀리즘과 현대음악의 영향을 바탕으로 클래식, 팝, 전자음악을 자유롭게 결합하는 작곡 방식으로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만들어왔다.

1980년대부터 영화음악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며,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의 협업은 그의 음악적 경력을 대표하는 중요한 축이 됐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 이어 '천공의 성 라퓨타', '이웃집 토토로', '모노노케 히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여러 작품의 음악을 맡으며 영상과 음악을 긴밀하게 연결했다.

히사이시 조의 음악은 단순히 장면의 분위기를 설명하는 배경음악에 머물지 않는다. 반복과 변주를 활용한 선율을 중심으로 오케스트라의 풍성한 음색과 전자악기의 질감을 결합하며, 공간의 이미지와 인물의 감정을 하나의 음악적 흐름으로 묶어낸다. 이러한 특징은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모험과 판타지를 담아낸 '천공의 성 라퓨타' 사운드트랙

천공의 성 라퓨타 사운드트랙 ―비행석의 수수께끼―(天空の城ラピュタ サウンドトラック ―飛行石の謎―)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1986년 애니메이션 영화 '천공의 성 라퓨타'를 위해 히사이시 조가 작곡한 사운드트랙이다. LP와 카세트는 1986년 8월 15일 발매됐으며, CD는 같은 해 9월 25일 발매됐다. 총 14곡, 약 39분으로 구성됐다.

이 앨범은 영화에 사용된 음악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작품의 서사를 따라가듯 곡의 분위기가 변화한다. 모험 장면에서는 오케스트라와 리듬을 활용해 긴박감을 만들고, 인물의 감정을 다루는 장면에서는 피아노와 현악을 중심으로 보다 서정적인 선율을 들려준다.

특히 오케스트라의 전통적인 음색에 신시사이저를 비롯한 전자적인 질감을 더한 점이 눈에 띈다. 덕분에 라퓨타라는 고대 문명의 이미지를 단순히 신비로운 판타지로만 표현하지 않고, 당시로서는 미래적인 느낌까지 함께 담아냈다.

앨범에는 스기나미 어린이 합창단이 참여한 ‘合唱 君をのせて (합창 너를 태우고)’와 ‘ラピュタの崩壊’ (라퓨타의 붕괴), 이노우에 아즈미가 부른 ‘君をのせて (너를 태우고)’도 수록됐다. 특히 ‘君をのせて’는 히사이시 조가 작곡·편곡하고 미야자키 하야오가 작사한 곡으로,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한 주제곡이다.

히사이시 조 - 천공의 성 라퓨타 사운드트랙 ―비행석의 수수께끼― 앨범 커버 이미지
  1. 1.空から降ってきた少女 *
  2. 2.スラッグ溪谷の朝
  3. 3.愉快なケンカ(~追跡)
  4. 4.ゴンドアの思い出
  5. 5.失意のパズー
  6. 6.ロボット兵(復活~救出)
  7. 7.合唱 君をのせて
  8. 8.シータの決意 *
  9. 9.タイガーモス号にて
  10. 10.破滅への予兆
  11. 11.月光の雲海
  12. 12.天空の城ラピュタ *
  13. 13.ラピュタの崩壊
  14. 14.君をのせて *

웅장함과 서정성을 오가는 라퓨타의 음악

ロボット兵 (復活〜救出) (로봇 병사 (부활〜구출))

신시사이저와 오케스트라가 강하게 맞물리면서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곡이다. 힘 있게 움직이는 오케스트라 위에 전자적인 음향이 더해지면서 일반적인 판타지 영화음악과는 다른 이질적인 색채를 만든다. 로봇 병사의 등장과 움직임을 연상시키는 역동적인 전개가 라퓨타 세계의 비현실적인 분위기와도 잘 어울린다.

 

合唱 君をのせて (합창 너를 태우고)

이노우에 아즈미가 부른 ‘君をのせて’의 선율을 스기나미 어린이 합창단이 노래한 합창 버전이다. 개인적인 감정을 담은 노래가 여러 명의 목소리를 통해 보다 넓은 공간으로 확장되면서 다른 인상을 만든다. 짧은 연주시간 안에서도 맑은 어린이 합창이 곡의 서정성과 순수한 분위기를 강조한다.

 

破滅への予兆 (파멸의 조짐)

제목처럼 영화의 위기감을 예고하는 곡이다. 신시사이저 스트링 계열의 음색이 중심을 이루며, 전반부에서는 ‘ロボット兵’의 테마를 보다 불길하고 긴박한 분위기로 변주한다. 후반부로 넘어가면 빠르게 움직이는 전자음과 반복적인 패시지가 긴장감을 높인다. 특히 오케스트라보다 전자적인 음색을 전면에 내세운 사운드가 라퓨타의 SF적인 이미지를 강조한다.

 

ラピュタの崩壊 (라퓨타의 붕괴)

스기나미 어린이 합창단의 허밍만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트랙이다. 별도의 반주 없이 여러 목소리가 겹쳐지면서 신비롭고 비현실적인 울림을 만들어낸다. 앞선 곡들의 긴장감과 달리 악기 없이 사람의 목소리만으로 라퓨타의 몰락을 표현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짧은 곡이지만 허밍이 만들어내는 공허하고 장엄한 분위기가 장면의 비극성을 더욱 강조한다.


개인적으로 오래 남는 라퓨타의 선율

空から降ってきた少女 (하늘에서 떨어진 소녀)

영화의 도입부와 함께 흐르며 작품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여는 듯한 곡이다. 부드러운 선율을 중심으로 시작하지만 오케스트라가 더해지면서 점차 규모가 커진다. 개인적으로는 화려하게 세계관을 설명하기보다 음악 자체의 흐름을 통해 미지의 공간에 대한 기대감을 만들어낸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이후 등장하는 주요 선율들과 연결해서 들으면 앨범 전체가 하나의 이야기처럼 이어지는 느낌도 강하다.

 

シータの決意 (시타의 결의)

개인적으로 天空の城ラピュタ サウンドトラック ―飛行石の謎―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피아노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차분한 선율이 인상적이며, 제목처럼 시타가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결심하는 장면의 감정을 담아낸다. 쓸쓸함과 공허함이 느껴지는 동시에 그 안에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도 엿보인다. 피아노가 감정을 과도하게 밀어붙이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여러 감정이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영화의 장면을 떠나 독립적인 피아노 테마로 들어도 충분한 매력이 있는 곡이다.

 

天空の城ラピュタ (천공의 성 라퓨타)

앨범의 제목이자 영화의 공간을 직접적으로 떠올리게 하는 핵심적인 연주곡이다. 스트링을 중심으로 한 오케스트라풍의 연주에 브라스와 전자적인 음색이 더해지면서 라퓨타가 지닌 거대한 규모와 신비로운 분위기를 표현한다. 특히 중반 이후에는 'シータの決意 (시타의 결의)'의 멜로디가 보다 웅장한 오케스트라 편곡으로 등장하면서 앞선 트랙과 연결되는 인상을 준다. 피아노 중심으로 조용하게 제시됐던 선율이 큰 편성으로 확장되면서 곡의 스케일이 한층 커지고, 라퓨타의 모습을 음악적으로 그려내는 듯한 장면을 만든다.

 

君をのせて (너를 태우고)

이노우에 아즈미의 맑은 목소리가 중심을 이루는 곡으로, '천공의 성 라퓨타'를 대표하는 노래다. 히사이시 조가 작곡·편곡하고 미야자키 하야오가 작사했으며, 영화의 엔딩에 사용됐다.

개인적으로 이 곡에서 가장 좋은 부분은 단순하면서도 쉽게 기억되는 멜로디다. 앞선 연주곡들이 모험과 긴장, 신비로운 공간을 표현했다면 이 곡은 이야기를 지나온 인물들의 감정을 보다 직접적으로 전달한다. 이노우에 아즈미의 맑은 음색과 따뜻한 멜로디가 만나면서 영화가 끝난 뒤에도 여운이 이어지는 느낌을 준다.


판타지의 스케일과 인물의 감정을 함께 담아낸 사운드트랙

天空の城ラピュタ サウンドトラック ―飛行石の謎―의 가장 큰 장점은 영화음악으로서의 기능과 독립적인 감상 가치를 함께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각각의 곡은 영화 속 특정 장면과 연결되어 있지만, 앨범으로 이어서 들으면 모험의 시작부터 긴장과 위기, 그리고 마지막의 여운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특히 히사이시 조는 장면의 규모에 따라 음악의 크기만 키우는 방식에 머물지 않았다. 오케스트라가 전면에 나서는 장대한 곡과 피아노를 중심으로 한 조용한 곡을 적절하게 배치하면서 영화 속 인물과 공간의 차이를 음악적으로 표현했다. 그래서 ‘ロボット兵 (復活〜救出) ((로봇 병사 (부활〜구출))’이나 ‘ラピュタの崩壊 (라퓨타의 붕괴)’처럼 극적인 곡을 듣고 난 뒤 ‘シータの決意 (시타의 결의)’ 같은 차분한 곡을 만나면 감정의 대비가 더욱 선명하게 느껴진다.

또 하나 인상적인 부분은 1986년 작품임에도 오케스트라와 전자적인 음색을 함께 사용하면서 만들어낸 독특한 질감이다. 이것은 단순히 당시의 전자음악적인 유행을 반영한 것이라기보다, 고대 문명과 하늘에 떠 있는 성이라는 라퓨타의 비현실적인 공간을 표현하기 위한 음악적 장치로 기능한다. 덕분에 판타지와 SF가 겹쳐 있는 영화의 세계관이 음악에서도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君をのせて (너를 태우고)’와 스기나미 어린이 합창단의 합창 버전 역시 앨범의 분위기를 넓혀준다. 특히 이노우에 아즈미의 가창 버전은 영화의 감정을 보다 친밀하게 전달하고, 합창 버전은 같은 선율을 더 넓고 순수한 울림으로 확장한다. 두 버전이 함께 수록된 구성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결국 이 앨범은 웅장한 오케스트라 영화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뿐 아니라 피아노 중심의 서정적인 음악, 1980년대 전자음악의 음색, 애니메이션 사운드트랙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이다. 특히 영화를 보지 않고 음악만 들어도 하나의 모험과 판타지가 떠오른다는 점에서 사운드트랙 자체의 완성도를 확인할 수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상상력과 히사이시 조의 음악이 맞물려 만들어낸 세계를 만나고 싶다면, 이 앨범은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다.

 

* 1986년 일본 초판 OST를 기준으로 작성했으며, 일부 수록곡은 초판과 동일한 음원의 임베드 가능한 영상을 확인하지 못해 영상이 포함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