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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 Folk & Melody | 팝, 포크 & 멜로디

Jane Birkin - Ex Fan Des Sixties (1978) 앨범 리뷰: 1970년대 프렌치 팝의 감각과 섬세한 보컬

by nemoworks 2026. 8. 26.
힘을 빼고 부르는 목소리가 오히려 곡의 감정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Ex Fan Des Sixties는 Serge Gainsbourg의 개성적인 작곡과 Jane Birkin 특유의 가볍고 속삭이는 듯한 보컬이 만나, 프렌치 팝 특유의 관능과 서정성을 섬세하게 담아낸 앨범이다.

Jane Birkin, Gainsbourg의 음악을 자신만의 목소리로 완성하다

Jane Birkin은 1946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배우이자 가수다. 영국에서 배우로 활동을 시작한 뒤 프랑스로 활동 영역을 넓혔으며, Serge Gainsbourg와의 음악적·개인적 파트너십을 통해 프랑스 대중음악을 대표하는 인물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1969년 발표한 ‘Je t’aime… moi non plus’를 비롯해 ‘Di doo dah’, ‘Yesterday Yes A Day’ 등으로 가수로서도 독특한 위치를 구축했다.

Birkin의 음악적 특징은 무엇보다 가냘프고 숨결이 섞인 듯한 목소리에 있다. 강한 성량이나 화려한 가창력을 앞세우기보다 속삭이듯 노래하면서 가사의 분위기와 미묘한 감정을 전달했다. 이러한 보컬은 Gainsbourg의 세련된 멜로디와 냉소적이고 때로는 관능적인 가사와 결합하면서 특유의 프렌치 팝을 만들어냈다.

배우로서의 이미지와 음악 활동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패션과 대중문화에서도 큰 영향을 남겼으며, Jane Birkin과 Serge Gainsbourg의 딸인 Charlotte Gainsbourg 역시 배우이자 가수로 활동했고, 보다 낮고 차분한 음색과 현대적인 얼터너티브 팝을 바탕으로 어머니와는 다른 음악적 개성을 보여줬다.


Gainsbourg와 Alan Hawkshaw가 만든 1970년대의 팝 사운드

Ex Fan Des Sixties는 1978년 2월 Fontana에서 발매된 Jane Birkin의 스튜디오 앨범이다. 1977년 8월 런던의 Phonogram 스튜디오에서 녹음했으며, Serge Gainsbourg가 전곡의 작사·작곡을 맡고 Philippe Lerichomme이 프로듀서를 담당했다. 편곡과 지휘는 영국 출신 음악가 Alan Hawkshaw가 맡았다.

오리지널 앨범은 12곡으로 구성됐다. 샹송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팝과 록의 감각, 관현악적 편곡과 사이키델릭 한 분위기를 넘나들며 1970년대 후반 Gainsbourg의 음악적 취향을 보여준다. 특히 런던 세션 뮤지션들의 연주와 Hawkshaw의 편곡이 더해지면서 이전 작품들과는 다른 영미권 팝의 질감도 느껴진다.

Birkin의 보컬은 이러한 화려한 반주와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얇고 가벼운 목소리가 복잡한 편곡 위에 놓이면서 오히려 가사의 뉘앙스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앨범의 제작 과정에서 Birkin이 녹음에 어려움을 겪어 작업이 한동안 중단됐다가 다시 진행됐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이후 2001년 Universal/Mercury에서 CD로 재발매되면서 ‘ Ballade De Johnny-Jane ’, ‘ Raccrochez C'est Une Horreur ’, ‘ Yesterday Yes A Day ’ 세 곡이 보너스 트랙으로 추가됐다. 따라서 오리지널 앨범은 12곡이지만, 해당 CD 재발매판은 총 15곡으로 구성된다. 본편의 12곡에 세 곡을 더해 들으면 Jane Birkin의 음악 세계를 다른 각도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

Jane Birkin - Ex Fan Des Sixties (1978) 앨범 커버 이미지
  1. 1.Ex Fan Des Sixties *
  2. 2.Apocalypstick
  3. 3.Exercice En Forme De Z
  4. 4.Mélodie Interdite
  5. 5.L'Aquoiboniste
  6. 6.Vie Mort Et Résurrection D'Un Amour Passion
  7. 7.Nicotine
  8. 8.Rocking Chair
  9. 9.Dépressive
  10. 10.Le Velours Des Vierges
  11. 11.Classée X
  12. 12.Mélo Mélo
  13. 13.Ballade De Johnny-Jane
  14. 14.Raccrochez C'Est Une Horreur
  15. 15.Yesterday Yes A Day *

언어유희와 서정성이 공존하는 수록곡

Apocalypstick

‘Apocalypse’와 ‘lipstick’을 연상시키는 제목부터 Gainsbourg 특유의 언어유희가 드러난다. 랙타임을 연상시키는 피아노 전주로 시작하며, 이후에도 익살스럽고 장난스러운 분위기의 반주가 이어진다. Birkin의 가느다란 보컬은 이러한 반주 위에서 가볍게 흘러가며 곡의 독특한 분위기를 더한다. 진지한 정서보다는 언어유희와 유머러스한 편곡을 앞세운 곡으로, Gainsbourg의 재치 있는 음악적 감각을 느낄 수 있다.

 

L'Aquoiboniste

‘아무것도 아닌 사람’을 뜻하는 제목처럼 무기력과 냉소가 배어 있는 곡이다. 사랑과 인간관계를 바라보는 Gainsbourg의 비관적인 시선이 담겼으며, Birkin은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고 무심한 듯 노래한다. 절제된 보컬이 오히려 가사에 담긴 허무함을 더욱 선명하게 전달한다.

 

Vie Mort Et Résurrection D'Un Amour Passion

사랑의 탄생과 죽음, 부활이라는 극적인 과정을 제목에 담은 곡이다. 비교적 드라마틱한 편곡을 바탕으로 감정의 변화를 하나의 서사처럼 펼쳐낸다. Birkin은 노이야기를 들려주듯 나래이션으로 곡을 이끌며, 반주의 변화가 그 서사에 극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일반적인 가창곡과는 다른 구성 덕분에 앨범에서도 독특한 인상을 남기는 트랙이다.

 

Dépressive

우울과 침잠을 다룬 곡으로, 앨범에서도 내면적인 분위기가 강하게 느껴진다. 특히 멜로디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8번 C단조 Op.13, 이른바 ‘비창’에서 영감을 받았다. 클래식적인 선율과 Gainsbourg의 팝 감각, Birkin의 여린 보컬이 결합하면서 독특한 정서를 만들어낸다.

 

Ballade De Johnny-Jane

보너스 트랙으로, Jane Birkin이 부른 서정적인 발라드다. 가느다란 보컬과 부드러운 멜로디가 중심을 이루며, 화려한 가창력보다 목소리 자체가 가진 섬세한 질감을 강조한다. 본편의 ‘Ex Fan Des Sixties’처럼 경쾌한 곡이나 ‘Apocalypstick’처럼 독특한 분위기를 가진 곡들과 비교하면 훨씬 차분하고 서정적인 성격이 두드러진다. Birkin의 보컬이 가진 여린 매력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너스 트랙 가운데서도 눈여겨볼 만한 곡이다.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두 가지 얼굴

Ex Fan Des Sixties

타이틀곡은 경쾌한 건반과 리듬으로 시작하며 앨범에서 가장 대중적인 접근성을 보여준다. 1960년대 록과 팝 스타들을 가사에 차례로 등장시키면서 당시의 음악과 대중문화를 회상하는 동시에 그 시대를 바라보는 특유의 아이러니를 담았다. Brian Jones, Jim Morrison, Eddie Cochran, Buddy Holly, Jimi Hendrix, Otis Redding, Janis Joplin 등 여러 인물의 이름이 이어지는 방식은 하나의 이야기를 전개하기보다 1960년대의 기억을 여러 조각으로 펼쳐놓은 듯한 인상을 준다.

개인적으로는 이 곡에서 Birkin의 목소리가 특히 재미있게 들린다. 음악 자체는 비교적 밝고 경쾌하게 진행되지만, 가사에 등장하는 수많은 스타와 지나간 시대에 대한 시선에는 단순한 향수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씁쓸함이 남는다. 가벼운 팝 사운드와 지나간 시대를 바라보는 Gainsbourg 특유의 아이러니가 겹쳐지는 지점이 이 곡의 가장 큰 매력이다.

 

Yesterday Yes A Day

이 곡은 본래 1977년 영화 Madame Claude의 사운드트랙을 위해 발표된 곡으로, 2001년 CD 재발매 때 추가된 보너스 트랙이다.

무엇보다 영어로 노래하는 Birkin의 목소리가 인상적이다. 힘을 주지 않은 가창과 부드러운 멜로디가 어우러지면서 아련하고 쓸쓸한 여운을 남긴다. 본편의 다소 장난스럽고 냉소적인 분위기와는 다른 서정적인 면모를 보여주며, 개인적으로는 Birkin의 목소리가 가진 섬세한 질감과 아련한 정서를 가장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곡 가운데 하나다. 국내에서도 Jane Birkin을 대표하는 곡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1978년의 감각을 고스란히 담은 Jane Birkin의 대표작

Ex Fan Des Sixties의 매력은 특정 장르의 틀 안에서 찾기보다 각각의 곡이 가진 분위기와 편곡의 차이에서 발견할 수 있다. Gainsbourg의 작곡은 때로는 가볍고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냉소적이고 우울하게 변하며, Alan Hawkshaw의 편곡은 이러한 차이를 다양한 사운드로 뒷받침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은 역시 Birkin의 목소리다. 화려한 기교 대신 가느다란 음색 자체를 음악의 중요한 요소로 활용하면서, 오히려 복잡한 반주와 독특한 가사의 성격을 더욱 부각했다. 특히 ‘Ex Fan Des Sixties’와 ‘Dépressive’를 함께 들어보면 밝고 경쾌한 팝부터 내면적인 서정성까지 한 앨범 안에서 폭넓게 오가는 작품의 성격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앨범은 Jane Birkin의 보컬 스타일을 좋아하거나 Serge Gainsbourg의 1970년대 작업을 살펴보고 싶은 경우 좋은 출발점이 된다. 샹송뿐 아니라 프렌치 팝, 1970년대 팝 음악의 세련된 편곡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흥미로운 감상 경험을 제공한다. 오리지널 12곡을 먼저 감상한 뒤 ‘Yesterday Yes A Day’ 같은 동 시기 곡을 이어서 들어보면 Birkin의 음악적 개성을 더욱 선명하게 비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