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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Review | 앨범 리뷰/OST |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Justin Hurwitz - La La Land Original Motion Picture Soundtrack (2016) | 꿈과 현실, 그 찬란한 불협화음을 잇는 재즈의 선율

by nemoworks 2026. 4. 13.

1. 아티스트 소개 : 현대 영화 음악의 새로운 거장, 저스틴 허위츠

영화 음악가 저스틴 허위츠(Justin Hurwitz)는 동시대 영화 음악계에서 가장 독보적인 행보를 보여주는 인물 중 하나다. 하버드 대학교 재학 시절부터 감독 데이미언 셔젤과 인연을 맺은 그는, [위플래쉬]를 통해 전 세계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이어 [라라랜드]로 아카데미 음악상과 주제가상을 동시에 거머쥐며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그의 음악적 특징은 고전적인 클래식 작법과 자유분방한 재즈의 문법을 정교하게 결합한다는 데 있다. 허위츠는 단순히 장면을 뒷받침하는 배경음악을 넘어, 음악 자체가 하나의 인격체가 되어 서사를 이끌어가는 힘을 부여한다. 특히 멜로디의 모티프를 변주하여 영화 전체의 정서를 관통하게 만드는 그의 작곡 방식은 관객으로 하여금 소리만으로도 영화의 모든 장면을 복기하게 만드는 마력을 발휘한다.


2. 앨범 특징 및 배경 : 재즈의 유산 위에서 피어난 현대적 뮤지컬

2016년 발매된 [La La Land] 사운드트랙은 고전 할리우드 뮤지컬 영화에 대한 헌사인 동시에,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된 재즈 앨범이다. 이 앨범은 제작 초기부터 음악이 영화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셔젤 감독의 철학 아래, 실사 촬영 전부터 곡들이 완성되었을 만큼 치밀한 과정을 거쳤다.

장르적으로는 비밥과 스윙 재즈를 기반으로 하되, 대중적인 팝과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화려함을 적절히 배합했다.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는 '꿈'과 '사랑', 그리고 '현실'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때로는 고속도로 위의 화려한 태양처럼 뜨겁고, 때로는 어두운 바(Bar) 안에서 홀로 연주되는 피아노처럼 쓸쓸하다. 90명 이상의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재즈 앙상블이 참여한 이 사운드트랙은 아날로그적인 온기를 유지하면서도, 현대인이 느끼는 공허함과 열망을 음악적 선율 속에 완벽히 녹여냈다.

 

Justin Hurwitz - La La Land Original Motion Picture Soundtrack (2016) Album Cover Image
라라랜드 OST 앨범 커버 이미지
1. Another Day Of Sun – La La Land Cast

2. Someone In The Crowd – Emma Stone, Callie Hernandez, Sonoya Mizuno, Jessica Rothe

3. Mia & Sebastian's Theme – Justin Hurwitz

4. A Lovely Night – Ryan Gosling, Emma Stone

5. Herman's Habit – Justin Hurwitz

6. City Of Stars – Ryan Gosling *

7. Planetarium – Justin Hurwitz

8. Summer Montage / Madeline – Justin Hurwitz

9. City Of Stars – Ryan Gosling, Emma Stone *

10. Start A Fire – John Legend

11. Engagement Party – Justin Hurwitz

12. Audition (The Fools Who Dream) – Emma Stone *

13. Epilogue – Justin Hurwitz

14. The End – Justin Hurwitz

15. City Of Stars (Humming) – Justin Hurwitz, Emma Stone

3. 트랙별 감상 : 서사의 정점을 찍는 선율들

1. Another Day of Sun
영화의 시작과 동시에 터져 나오는 이 곡은 압도적인 에너지를 선사한다. 경쾌한 피아노 타건과 브라스 섹션이 어우러지며, 꿈을 쫓아 LA로 모여든 사람들의 낙관적인 열망을 그려낸다. 다채로운 화성 진행과 쉴 틈 없이 몰아치는 리듬은 듣는 이로 하여금 단숨에 영화의 세계관으로 진입하게 만든다.

 

2. Someone in the Crowd
전형적인 뮤지컬 넘버의 형식을 띠는 이 곡은 세련된 편곡이 돋보인다. 기회의 문을 열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젊은 예술가들의 조바심과 기대를 경쾌하면서도 절박한 리듬에 담았다. 중반부의 화려한 코러스와 후반부의 서정적인 반전은 이 곡이 가진 드라마틱한 매력을 극대화한다.

 

3. Mia & Sebastian’s Theme
이 앨범의 심장과도 같은 곡이다. 단출한 피아노 선율로 시작되지만, 반복될 때마다 미묘하게 변주되며 두 주인공의 관계와 운명을 암시한다. 처음에는 낯설고 투박하게 들렸던 이 테마가 영화가 진행될수록 층층이 감정이 쌓여가는 과정은 저스틴 허위츠의 작곡 역량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증명한다.

 

8. Summer Montage - Madeline
재즈 특유의 즉흥성과 활력이 가장 돋보이는 트랙이다. 업템포의 스윙 리듬 위로 춤추는 트럼펫과 피아노는 두 주인공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찬란하게 수놓는다. 순수하게 음악적 쾌락에 집중할 수 있는 트랙으로, 앨범의 허리 부분에서 청량한 환기 효과를 준다.

 

13. Epilogue
7분여의 시간 동안 앨범의 주요 테마들을 총망라하며 '만약 그랬더라면'이라는 가상의 서사를 완성한다. 오케스트레이션의 웅장함과 서정성이 극치에 달하는 지점으로, 음악만으로도 한 편의 영화를 다시 본 듯한 벅찬 감동과 진한 여운을 남기며 앨범을 마무리한다.


4. 내가 좋아하는 트랙과 포인트 : 꿈꾸는 자들을 위한 찬가

06. City of Stars & 09. City of Stars

같은 멜로디를 공유하면서도 서로 다른 감정의 결을 보여주는 두 트랙이다. 06번은 세바스찬의 담백한 솔로로 시작해, 꿈을 향한 설렘과 동시에 스며드는 불안과 고독을 조용히 드러낸다. 반면 09번은 미아와의 듀엣으로 확장되며, 관계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과 미묘한 거리감을 함께 담아낸다. 단순한 선율의 반복 속에서도 상황과 시선에 따라 전혀 다른 정서를 만들어내며, 이 곡이 지닌 서사의 깊이를 더욱 또렷하게 보여준다.

 

12. Audition (The Fools Who Dream)
이 곡은 극의 정점에서 울려 퍼지는 감정의 응축이다. Emma Stone의 보컬은 기술적으로 완벽하기보다 인간적인 떨림을 지니고 있어, 오히려 이야기의 진심을 더욱 선명하게 전달한다. 초반부는 속삭이듯 차분하게 시작되지만, 후반부 “Here’s to the ones who dream” 구간에 이르러 감정이 폭발하며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만들어낸다. 꿈을 좇는 이들이 마주하는 현실의 벽,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으려는 집념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 곡은 단순한 뮤지컬 넘버를 넘어, 각자의 내면 깊숙이 잠들어 있던 열망과 기억을 끌어올리는 힘을 지닌, 영화의 심장과도 같은 순간이다.


5. 총평 및 추천 이유 : 시대의 클래식이 된 현대적 마스터피스

저스틴 허위츠의 La La Land 사운드트랙은 단순한 영화의 부속품을 넘어, 그 자체로 완결성을 지닌 하나의 거대한 현대 뮤지컬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재즈라는 장르가 점점 대중과 거리를 두고 있다고 여겨지던 시대에, 그는 이 앨범을 통해 재즈가 여전히 살아 숨 쉬며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을 얼마나 섬세하고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지를 설득력 있게 증명해낸다. 앨범 전반을 감싸는 우아한 멜로디 라인과 치밀하게 설계된 편곡은 단순히 영화의 장면을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 음악만으로도 하나의 서사를 완성해낸다.

 

특히 반복과 변주를 통해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구조는 클래식한 작법의 미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결과물이라 할 만하다. 이 앨범은 재즈 애호가들에게는 익숙한 어법 위에 더해진 신선한 감각적 변주로 다가오고, 영화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한 편의 서사를 압축해 담아낸 완벽한 음향적 경험으로 작용한다. 동시에 현실과 타협하며 살아가지만, 마음 한편에 여전히 꿈을 품고 있는 이들에게는 더욱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음악이 끝난 이후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긴 여운은, 이 선율들이 결국 우리 각자의 삶 속 장면들과 맞닿으며 개인적인 기억과 감정으로 확장되기 때문일 것이다. 꿈과 현실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탄생한 이 아름다운 불협화음은, 결국 우리 모두의 삶을 다정하게 어루만지는 가장 따뜻한 찬가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