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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ck & Progressive | 록 & 프로그레시브

The Cranberries - Everybody Else Is Doing It, So Why Can’t We? (1993) 앨범 리뷰: 아일랜드의 서정성을 담아낸 얼터너티브 록 데뷔작

by nemoworks 2026. 8. 28.
거친 기타 사운드와 섬세한 멜로디는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는 듯하지만, The Cranberries는 그 사이에서 자신들만의 음악을 만들어냈다. Everybody Else Is Doing It, So Why Can’t We?​는 얼터너티브 록의 에너지에 인디팝과 포크의 서정성을 더하고, Dolores O’Riordan의 독특한 보컬을 앞세워 1990년대 초반 아일랜드 록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데뷔 앨범이다.

아일랜드의 정서를 얼터너티브 록으로 풀어낸 The Cranberries

크랜베리스(The Cranberries)는 1989년 아일랜드 리머릭에서 결성된 밴드로, Dolores O’Riordan(보컬), Noel Hogan(기타), Mike Hogan(베이스), Fergal Lawler(드럼)가 중심을 이루었다. 초기에는 The Cranberry Saw Us라는 이름으로 활동했으며, Dolores O’Riordan이 합류한 뒤 밴드 이름을 The Cranberries로 바꾸고 현재의 멤버 구성을 갖추었다. 1991년 Island Records와 계약한 뒤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고, 1993년 데뷔 앨범 Everybody Else Is Doing It, So Why Can’t We?를 발표했다.

The Cranberries의 음악은 얼터너티브 록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팝적인 멜로디와 포크적인 서정성을 함께 품고 있었다. 특히 밴드의 색깔을 결정한 것은 Dolores의 독특한 보컬이었다. 맑고 가녀린 음색부터 강하게 치솟는 표현까지 여러 음색을 자유롭게 오가면서도 아일랜드 특유의 억양과 독특한 음정 처리를 유지했다.

Noel Hogan의 기타는 거칠게 밀어붙이기보다 보컬과 멜로디를 감싸는 방향으로 활용됐고, Mike Hogan과 Fergal Lawler의 리듬 섹션은 곡의 흐름을 안정적으로 받쳤다. Noel과 Dolores는 초기부터 서로 다른 공간에서 작업하는 방식으로 곡을 만들어갔으며, Noel이 기타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Dolores가 그 위에 멜로디와 가사를 발전시키는 방식으로 곡을 완성해 갔다.


Everybody Else Is Doing It, So Why Can’t We?의 탄생

Everybody Else Is Doing It, So Why Can’t We?는 1993년 3월 1일 발표된 The Cranberries의 첫 정규앨범이다. 프로듀서는 The Smiths와의 작업으로도 알려진 Stephen Street가 맡았다. 밴드는 처음 Pearse Gilmore와 함께 앨범을 제작했지만 결과에 만족하지 못했고, 이후 Stephen Street와 다시 작업하면서 지금의 사운드를 완성했다.

앨범은 처음부터 큰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었다. 영국에서 발매된 뒤 한동안 눈에 띄는 반응을 얻지 못했지만, 미국 대학 라디오를 중심으로 ‘Linger’가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MTV를 통해서도 곡이 소개되면서 밴드의 인지도가 빠르게 높아졌고, 앨범 역시 발매 이후 꾸준히 판매량을 늘렸다. 결국 영국과 아일랜드 앨범 차트 정상에 올랐으며, 전 세계적으로 600만 장 이상 판매되는 성과를 거뒀다.

음악적으로는 당시 유행하던 거친 기타 중심의 얼터너티브 록과 조금 다른 방향을 보여준다. 기타의 강한 질감보다는 멜로디와 보컬을 중심에 두고, 기타와 스트링을 섬세하게 배치해 서정적이고 공간감 있는 사운드를 만들었다. 여기에 Dolores O’Riordan의 독특한 억양과 음정 처리가 더해지면서 밴드만의 개성이 뚜렷해졌다.

특히 Stephen Street의 프로덕션은 밴드의 연주를 과도하게 꾸미기보다 각 악기의 역할을 비교적 자연스럽게 살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Everybody Else Is Doing It, So Why Can’t We?는 당시 얼터너티브 록의 흐름 안에 있으면서도 보다 부드럽고 서정적인 질감으로 자신들의 음악을 만들어낸 데뷔작이 됐다.

The Cranberries - Everybody Else Is Doing It, So Why Can’t We? (1993) 앨범 커버 이미지
  1. 1.I Still Do
  2. 2.Dreams *
  3. 3.Sunday
  4. 4.Pretty
  5. 5.Waltzing Back
  6. 6.Not Sorry
  7. 7.Linger *
  8. 8.Wanted
  9. 9.Still Can't ...
  10. 10.I Will Always
  11. 11.How
  12. 12.Put Me Down

섬세한 멜로디와 보컬이 만든 초기 Cranberries의 색깔

I Still Do

앨범의 첫 곡으로 기타와 보컬을 중심으로 차분하게 시작한다. 강한 리듬이나 화려한 연주보다 여백을 활용한 편곡이 돋보이며, Dolores의 미세한 음정 변화와 억양이 자연스럽게 전면에 드러난다. 앨범 전체의 서정적인 분위기를 무리 없이 열어주는 오프닝 트랙이다.

 

Sunday

차분하면서도 쓸쓸한 분위기를 지닌 곡이다. 기타와 리듬 섹션은 지나치게 무겁지 않게 움직이고, Dolores는 힘을 과하게 주지 않은 채 보컬의 억양과 음색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단순한 기타 팝처럼 들리면서도 보컬의 개성이 곡의 분위기를 독특하게 바꾼다.

 

Waltzing Back

반복되는 기타 리프가 곡의 중심을 잡으며 앨범의 다른 곡보다 기타의 존재감이 선명하게 느껴진다. 보컬은 리프 위에서 특유의 억양과 리듬감을 만들어내고, 후반으로 갈수록 연주와 보컬의 에너지가 함께 높아진다. 초기 The Cranberries의 록적인 면을 확인하기 좋은 트랙이다.

 

Not Sorry

앨범에서 상대적으로 강하고 어두운 인상을 남기는 곡이다. 기타와 리듬이 보다 묵직하게 움직이고 Dolores 역시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며 노래한다. 부드러운 곡들이 많은 앨범 속에서 보컬의 강한 표현력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비가 분명하다.

 

Put Me Down

마지막 트랙으로 앨범의 분위기를 조용하게 정리한다. 화려한 클라이맥스를 만들기보다 기타와 보컬의 여백을 살리면서 곡을 진행하고, Dolores의 목소리가 남기는 여운을 강조한다. 강한 결말보다는 차분한 정서로 마무리하는 구성이 앨범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지금 다시 들어도 선명한 두 곡

Dreams

개인적으로 이 앨범에서 가장 먼저 추천하고 싶은 곡이다. 밝고 경쾌하게 움직이는 기타와 유려한 멜로디가 어우러지며 다른 수록곡보다 한층 가벼운 분위기를 만든다. Dolores의 보컬 역시 밝은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면서 곡의 매력을 살린다. 특히 후렴으로 이어지는 멜로디는 단순하면서도 기억에 오래 남는다.

국내에서는 왕가위 감독의 영화 '중경삼림(重慶森林)'을 통해 이 곡이 더욱 친숙하게 알려졌다. 영화에서는 원곡을 바탕으로 왕페이(王菲)가 광둥어로 부른 '몽중인(夢中人)'이 사용됐다. 원곡과는 다른 가사와 보컬을 입혔지만 The Cranberries의 멜로디가 그대로 살아 있어 두 곡을 비교해 듣는 재미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곡을 통해 The Cranberries 특유의 밝은 멜로디와 Dolores의 독특한 보컬을 가장 편하게 느낄 수 있었다.

 

Linger

이 앨범을 대표하는 곡이자 The Cranberries의 음악적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트랙이다. 기타와 스트링이 만들어내는 서정적인 반주 위에 Dolores의 가녀린 목소리가 놓이고, 후렴으로 넘어가면서 감정이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과도한 발성으로 감정을 밀어붙이기보다 특유의 억양과 음정 처리를 유지하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가사는 Dolores의 첫 키스와 관련된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했다. 공식적으로도 청소년기의 사랑과 실연을 바탕으로 한 곡으로 알려져 있다.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보편적인 사랑의 감정으로 확장됐다는 점이 이 곡의 강점이다. 서정적인 기타와 스트링, 그리고 Dolores의 섬세한 보컬이 어우러지면서 The Cranberries 특유의 음악적 색깔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곡이기도 하다.


서정적인 보컬과 기타 사운드로 완성한 데뷔작

Everybody Else Is Doing It, So Why Can’t We?의 가장 큰 장점은 큰 소리나 복잡한 연주보다 멜로디와 보컬의 개성을 중심으로 밴드의 색깔을 만들어냈다는 점에 있다. 기타는 충분한 존재감을 갖고 있지만 보컬을 압도하지 않고, 리듬 섹션 역시 곡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이어가는 역할에 집중한다.

특히 Dolores의 보컬은 이 앨범의 음악을 다른 얼터너티브 록과 구분하는 핵심이다. 가녀리고 부드러운 음색과 강한 억양을 자유롭게 오가면서도 과도하게 기교를 드러내지 않는다. 'Dreams'에서는 밝고 경쾌한 감정을, 'Linger'에서는 애틋한 정서를, 'Not Sorry'에서는 보다 단호한 감정을 표현하며 곡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앨범의 곡 구성도 데뷔작으로서 균형이 좋다. 'Dreams'와 'Linger'가 친숙한 멜로디와 서정성으로 중심을 잡는 가운데, 'Sunday', 'Waltzing Back', 'Not Sorry', 'Put Me Down'은 보다 내성적이고 어두운 정서를 이어간다. 서로 다른 분위기의 곡들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배치되면서, 개별적인 히트곡보다 앨범 전체를 이어서 들었을 때 The Cranberries의 초기 음악적 방향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또한 이 작품은 이후 No Need to Argue에서 들려줄 더욱 강한 사운드와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개하기 전, The Cranberries가 가진 섬세한 음악적 감각을 가장 잘 보여주는 출발점이다. 얼터너티브 록과 인디팝, 포크적인 서정성이 자연스럽게 섞인 1990년대 초반의 기타 음악을 좋아한다면 흥미롭게 들을 수 있는 작품이다.

결국 Everybody Else Is Doing It, So Why Can’t We?는 The Cranberries가 자신들의 개성을 과하게 꾸미지 않고 멜로디와 보컬, 기타의 조화만으로 완성한 데뷔작이다. 'Dreams'와 'Linger'를 이미 좋아한다면 두 곡에서 멈추지 않고 앨범 전체를 들어볼 것을 권하고 싶다. 특히 Dolores O’Riordan의 독특한 보컬과 섬세한 얼터너티브 록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지금도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