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제임스(Bob James) & 얼 클루(Earl Klugh)의 One on One(1979) 앨범 리뷰. 건반과 나일론 기타가 만들어내는 컨템포러리 재즈의 정제된 아름다움을 살펴본다.
재즈와 팝을 넘나드는 피아니스트 Bob James와 섬세한 터치의 기타리스트 Earl Klugh의 만남
[One On One]은 두 명의 걸출한 뮤지션이 만나 탄생한 협업 앨범이다. 먼저 밥 제임스(Bob James)는 1939년 미주리 주 마샬 출신으로, 1962년 퀸시 존스에게 발탁된 뒤 CTI 레코드에서 재즈와 클래식, 펑크를 융합한 혁신적인 사운드를 개척한 키보디스트이자 프로듀서다. TV 시트콤 Taxi의 테마곡 "Angela"로 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진 그는 스무스 재즈 장르의 선구자로 평가받으며, 자신의 레이블 Tappan Zee Records를 직접 운영하기도 했다. 한편 얼 클루(Earl Klugh)는 나일론 스트링 어쿠스틱 기타 특유의 따뜻하고 섬세한 음색으로 컨템포러리 재즈 씬을 대표하는 기타리스트다. 두 사람의 콜라보레이션 앨범 One On One은 1981년 그래미 어워드 최우수 팝 인스트루멘털 퍼포먼스(Best Pop Instrumental Performance)를 수상했으며,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여백과 균형 속에서 완성된 가장 ‘조용한’ 재즈의 형태
[One On One]은 1979년 뉴욕의 Mediasound, Sound Palace, SoundMixers 스튜디오에서 녹음되어 밥 제임스 자신의 레이블 Tappan Zee를 통해 발매된 협업 앨범이다. 장르는 컨템포러리 재즈이며, 스무스 재즈와 크로스오버 재즈의 성격을 함께 띤다. 이 앨범은 절제미 넘치는 연주로 1980~90년대 스무스 재즈 현상의 토대를 마련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프로듀싱과 편곡은 밥 제임스가 총괄했으며, 드러머 하비 메이슨, 기타리스트 에릭 게일, 베이시스트 론 카터, 플루티스트 휴버트 로스 등 당대 최고의 세션 뮤지션들이 참여해 앨범의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분위기는 한 마디로 '우아한 대화'다. 밥 제임스의 어쿠스틱 피아노와 펜더 로즈가 만들어내는 서정적인 화음 위로, 얼 클루의 나일론 기타가 물 흐르듯 선율을 얹는다. 긴장이나 과시 없이 두 악기가 서로를 듣고 반응하는 챔버 뮤직적인 친밀감이 앨범 전편에 걸쳐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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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없이 이어지는 멜로디와 감정의 교감
The Afterglow
밥 제임스의 절제된 건반과 얼 클루의 섬세한 기타가 균형 있게 어우러지는 곡이다. 제목처럼 차분하고 부드러운 분위기가 이어지며, 두 연주자는 서로의 공간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호흡을 맞춘다. 과장 없이 정제된 앙상블이 이들의 협업이 지닌 미덕을 잘 보여준다.
Love Lips
가벼운 리듬 위에 얼 클루의 따뜻한 기타 톤이 중심을 잡는 트랙이다. 밥 제임스의 간결한 편곡이 곡의 흐름을 정돈하며, 부담 없이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 일상 속에서 가볍게 즐기기 좋은, 당시 퓨전 재즈의 대중적인 감각이 드러나는 곡이다.
Mallorca
이국적인 분위기를 은은하게 담아낸 트랙으로, 기타와 건반이 안정적인 흐름 속에서 교차한다. 과도한 전개보다는 차분한 진행을 유지하며, 전체적으로 여유 있는 공간감을 형성한다. 앨범 중에서도 비교적 잔잔한 흐름을 대표하는 곡이다.
Winding River
밥 제임스가 작곡한 앨범의 마지막 트랙. 다른 곡들에 비해 팝적인 색채가 옅고, 재즈의 즉흥성과 대화적 구조가 가장 두드러지는 곡이다. 피아노와 기타가 번갈아 주도권을 주고받는 방식이 마치 두 연주자가 나란히 앉아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들린다. 어쿠스틱 베이스에 론 카터가 참여해 사운드에 깊이와 그루브를 더한다.
두 연주자가 주고받는 섬세한 인터플레이가 빛나는 순간들
Kari
얼 클루가 작곡한 앨범의 오프닝 트랙. 도입부에서 찰랑거리는 하이햇 소리가 먼저 귀를 열어주고, 이내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가 부드럽게 맞물리며 곡이 시작된다. 멜로디가 아름답고 직관적이어서 귀에 쉽게 달라붙는다. 국내 방송에서 배경음악이나 시그널 음악으로 자주 사용되어 우리나라 청취자에게도 무척 익숙한 곡이다. 처음 듣는 순간 "이 곡, 어디서 들어봤는데"라는 반응이 자연스럽게 나올 만큼 멜로디의 보편적인 아름다움이 탁월하다.
I'll Never See You Smile Again
제목만큼이나 멜로디가 차갑도록 아름다운 곡이다. 누군가의 웃음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제목이 암시하는 감정을 멜로디가 정직하게 표현한다. 거창하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하고 담담한 선율 안에 그리움과 아쉬움을 절제되게 담아냈다. 밥 제임스의 피아노가 감정의 무게를 받쳐주고, 얼 클루의 기타가 그 위에서 노래하는 구조가 이 곡의 서정성을 배가시킨다. 앨범에서 가장 가슴에 오래 남는 트랙 중 하나다. 개인적으로 이 곡을 들을 때는 볼륨을 조금 낮추고 눈을 감고 싶어진다.
건반과 나일론 기타가 그려낸 컨템포러리 재즈의 정수
[One On One]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밀도와 품격을 유지하는 앨범이다. 6곡이라는 짧은 구성이지만 각 트랙이 제 역할을 분명히 하며, 전체적인 짜임새가 탄탄하다. 다소 무난하게 느껴질 수 있는 트랙도 한두 곡 있으나, 나머지 곡들의 완성도가 그것을 충분히 상쇄한다. 그래미를 수상하고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것은 이 앨범의 음악적 성취가 평론가와 대중 모두에게 인정받은 결과다.
재즈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도, 오랜 재즈 팬에게도 동일하게 권할 수 있는 보기 드문 앨범이다. 특히 복잡한 화성이나 격렬한 즉흥 연주보다 귀에 편하면서도 음악적으로 깊이 있는 사운드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이 앨범은 최선의 선택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카페의 배경음악으로도, 늦은 밤의 독서 음악으로도, 드라이브 중에도 어느 상황이든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밥 제임스(Bob James) 참여 앨범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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