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하는 리듬과 강렬한 멜로디로 잘 알려진 ‘TRUTH’는 T-SQUARE의 이름을 널리 알린 대표곡이다. 1987년 발표된 동명 앨범은 세련된 퓨전 재즈 사운드와 정교한 앙상블을 바탕으로, 일본 퓨전 재즈가 대중과 만나는 방식을 보여준 작품으로 남았다.
일본 퓨전 재즈를 이끌어온 밴드
티스퀘어(T-SQUARE)는 1978년 데뷔 이후 카시오페아(Casiopea)와 함께 일본 퓨전 재즈를 대표해 온 밴드다. 재즈의 세련된 화성과 정교한 연주를 바탕으로 록의 역동성과 팝의 친숙한 멜로디를 결합하며 자신들만의 음악적 색깔을 구축했다. 복잡한 연주를 앞세우면서도 듣기 편안한 선율을 놓치지 않는다는 점이 이들의 음악을 관통하는 특징이다.
기타리스트 안도 마사히로(安藤正容)를 중심으로 활동한 T-SQUARE는 시기별로 멤버 구성이 달라졌으며, 전자 관악기 EWI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사운드로도 잘 알려져 있다. 《Truth》당시 라인업은 안도 마사히로(기타), 이즈미 히로타카(키보드), 이토 타케시(EWI·색소폰), 스토 미츠루(베이스), 노리타케 히로유키(드럼)로 구성됐다. 특히 이토 타케시의 EWI와 색소폰 연주는 밴드의 음악에 경쾌함과 독특한 음색을 더했고, 키보드와 기타가 만들어내는 화려한 선율, 탄탄한 리듬 섹션이 어우러지면서 연주 음악의 매력을 대중적인 감각으로 전달해 왔다.
속도감과 서정성을 함께 담아낸 열두 번째 정규 앨범
《Truth》는 1987년 4월 1일 발매된 T-SQUARE의 열두 번째 정규 앨범이다. 당시 밴드명은 The Square였으며, 미국·캐나다 발매 시 동명 밴드와의 혼동을 피하기 위해 Portrait Records에서 T-SQUARE로 표기한 것이 국제적으로 이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전작 《 S.P.O.R.T.S. 》로 일본 골드 디스크를 수상한 뒤 새 베이시스트 스토 미츠루를 영입해 완성한 첫 앨범이다.
앨범의 음악은 퓨전 재즈를 중심으로 팝과 록의 요소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기타와 키보드는 선명한 멜로디를 주고받고, 베이스와 드럼은 곡마다 다른 리듬의 추진력을 만들어냈다. 여기에 색소폰과 EWI의 다채로운 음색이 더해져 연주 음악 특유의 화려함을 살렸다. 무엇보다 타이틀곡 'TRUTH'가 후지 TV의 일본 F1 그랑프리 중계 테마로 1987년부터 1998년까지 사용되면서 앨범은 레이싱의 속도감과 긴장감을 상징하는 음악으로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Truth》의 매력은 단순히 강렬한 연주에만 머물지 않는다. 밝고 경쾌한 곡부터 감성적인 발라드까지 폭넓은 분위기를 담아내며, 밴드의 음악적 표현력을 다채롭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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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곡으로 살펴본 《Truth》의 음악적 색깔
Celebration
경쾌하게 뻗어나가는 EWI선율과 탄력적인 드럼 연주가 어우러지며, 곡 전체에 들뜬 축제의 기운을 불어넣는다. 이토 타케시의 EWI는 가볍고 유연하게 멜로디를 이끌고, 노리타케 히로유키의 드럼은 스네어를 중심으로 리듬에 생동감을 더한다. 키보드와 기타가 빈틈을 채우며 만들어내는 합주는 각 악기가 서로를 밀어주는 듯한 느낌을 준다. 연주가 복잡하게 얽히기보다는 선명한 멜로디와 리듬의 활력을 앞세워, 퓨전 재즈에 익숙하지 않은 청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곡이다.
Unexpected Lover
안도 마사히로 작곡의 곡으로, 앨범의 밝은 에너지와는 또 다른 세련된 팝 감성을 들려준다. 미디엄 템포의 리듬을 바탕으로 색소폰과 기타가 부드럽게 어우러지며, 도시적인 분위기와 로맨틱한 정서를 만들어낸다. 화려한 속주보다는 멜로디의 흐름과 그루브를 살린 편곡이 돋보이며, 각 악기가 자신의 역할을 분명하게 수행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연결되기 때문에 곡의 세련된 분위기가 끝까지 유지된다.
Breeze and You
이즈미 히로타카가 작곡한 이 곡은 산뜻한 시티팝의 감각과 퓨전 재즈의 연주력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신디사이저의 맑은 음색과 색소폰의 청량한 선율이 곡의 인상을 결정하며, 키보드는 공간감을 넓히면서 화사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리듬 섹션은 지나치게 힘을 주지 않고 일정한 흐름을 유지해 선율이 편안하게 전달되도록 돕는다. 1980년대 일본 퓨전 재즈 특유의 감각이 잘 드러나는 트랙이다.
Giant Side Steps
이토 타케시가 작곡한 곡으로, 타악기 주자 Kiyohiko Senba의 퍼커션이 더해져 리듬의 입체감이 두드러진다. 복잡한 리듬 전개와 변화감 있는 화성이 이어지며, 각 악기가 주고받는 프레이즈를 통해 연주의 긴장감을 형성한다. 키보드와 기타는 서로 다른 음형을 주고받으며 곡의 흐름을 이끌고, 베이스와 드럼은 변화하는 리듬을 안정적으로 받쳐준다. 개인적으로는 이 곡의 경쾌한 전개와 리듬의 움직임에서 김동률의 '출발'이 연상되기도 한다. 다만 두 곡의 유사한 인상만으로 직접적인 편곡 영향 관계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앨범에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세 곡
Grand Prix
앨범의 문을 여는 오프닝 트랙으로, 화려하게 펼쳐지는 키보드와 브라스 계열의 사운드가 어우러지며 웅장한 분위기를 만들고, 리듬 섹션은 곡에 강한 추진력을 부여한다. 특히 악기들이 차례로 등장하며 사운드를 확장하는 전개가 인상적이다. 키보드의 화려한 프레이즈가 곡의 중심을 잡고, 드럼과 베이스가 만들어내는 탄탄한 리듬이 그 위에 속도감을 더한다. 여러 악기가 함께 밀고 나가는 합주에서는 출발선에서 가속하는 레이싱카를 떠올리게 하는 역동성이 느껴진다. 복잡한 연주를 길게 설명하기보다 악기들의 움직임만으로 에너지를 전달하며, 이어지는 트랙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Truth
강렬한 기타 리프와 선명한 EWI 리드가 맞물리며 첫인상부터 강한 추진력을 만들어낸다. 반복되는 리프는 단순한 배경에 머물지 않고 곡의 긴장감을 유지하며, 그 위로 펼쳐지는 멜로디가 속도감과 흥분을 끌어올린다. 이토 타케시의 EWI는 일반적인 색소폰과는 다른 전자적인 음색으로 곡의 개성을 뚜렷하게 만든다. 드럼과 베이스 역시 단단한 리듬을 유지하며 곡의 질주감을 뒷받침한다. 개인적으로는 반복되는 기타 리프 위로 EWI의 멜로디가 치고 올라오는 부분에서 가장 큰 쾌감을 느낀다. 연주 음악의 화려함과 대중적으로 기억에 남는 선율이 동시에 살아 있는 곡이다.
Twilight in Upper West
이즈미 히로타카 작곡의 이 곡은 앨범의 강렬한 에너지와 대비되는 서정적인 발라드다. 화려한 연주로 몰아붙이기보다 아름다운 멜로디와 부드러운 음색을 중심으로 차분하게 전개된다. 색소폰의 따뜻한 선율은 곡의 감정선을 이끌고, 키보드는 이를 감싸며 섬세한 분위기를 만든다. 악기의 기교를 앞세우기보다 선율 자체가 가진 감정을 전달하는 데 집중하며, 절제된 연주가 오히려 곡의 서정성을 돋보이게 한다. 색소폰이 멜로디를 길게 이어가는 순간에 마음이 차분해지며, 화려한 연주가 끝난 뒤에도 선율이 자연스럽게 기억에 남는다.
멜로디와 연주가 함께 달리는 퓨전 재즈의 매력
《Truth》는 T-SQUARE의 음악이 지닌 여러 매력을 한 장에 담아낸 앨범이다. 역동적인 연주와 경쾌한 리듬, 친숙한 멜로디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각 트랙은 서로 다른 분위기를 보여주면서도 하나의 일관된 음악적 색깔을 유지한다.
이 앨범을 듣다 보면 연주자의 기량뿐 아니라 곡을 구성하는 감각에도 주목하게 된다. 기타와 키보드가 만들어내는 선명한 선율, EWI와 색소폰의 다채로운 음색, 리듬 섹션의 탄탄한 연주가 서로 균형을 이루기 때문이다. 화려한 연주가 이어지는 순간에도 멜로디가 중심을 잃지 않는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다.
'Grand Prix'와 'Truth'가 선사하는 질주감부터 'Twilight in Upper West'의 차분한 서정성까지, 앨범은 강렬함과 부드러움을 자연스럽게 오간다. 'Celebration'과 'Breeze and You'에서는 밝고 산뜻한 분위기를, 'Giant Side Steps'에서는 정교한 합주와 리듬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9곡 모두가 일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를 갖추고 있으며, 앨범 전체를 통해 흘러가는 흐름이 자연스럽다는 점도 이 앨범의 강점이다.
무엇보다 《Truth》는 퓨전 재즈가 반드시 복잡하고 어렵게 들릴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뛰어난 연주력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멜로디의 친숙함과 곡의 전달력을 놓치지 않는다. 장르에 익숙한 청자에게는 연주와 편곡의 즐거움을, 처음 접하는 청자에게는 매력적인 멜로디와 리듬의 재미를 선사하는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