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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usic & J-Music | 한국 & 일본 음악

요루시카(ヨルシカ) - 그래서 나는 음악을 그만두었다 (2019) 앨범 리뷰: 음악을 버리려 했던 순간, 오히려 가장 깊어진 이야기

by nemoworks 2026. 4. 6.
요루시카(Yorushika)의 だから僕は音楽を辞めた는 이야기와 감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콘셉트 앨범이다. 에이미와 엘마의 서사를 따라가며 작품의 의미를 해석한다.

이야기와 음악을 결합해 하나의 서사를 만들어내는 밴드

요루시카(ヨルシカ)는 컴포저 n-buna가 자신의 라이브에 게스트 보컬로 참여했던 suis와 함께 2017년 결성한 2인조 밴드다. 밴드명은 1st 미니앨범 수록곡 "雲と幽霊"의 가사 "夜しかもう眠れずに(밤에만 잠들 수 있어)"에서 따왔다. 밴드의 로고는 마주 보는 두 개의 달을 모티프로 시곗바늘을 형상화한 디자인으로, "6시부터 밤"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n-buna의 "작자가 작품보다 앞에 나서지 않겠다"는 철학에 따라 두 멤버 모두 얼굴과 신상정보를 일절 공개하지 않는다. n-buna는 2012년부터 보카로P로 활동을 시작했으며, 2013년 발표한 "透明エレジー(투명 엘레지)"가 니코니코 동화 VOCALOID 카테고리 일간 종합 랭킹 1위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탁월한 작곡·편곡 능력과 수준급 기타 연주, 그리고 '익숙한 듯하면서도 예상치 못한 화성적 비틀기'를 만들어내는 전조(Modulation)의 자유로운 활용이 n-buna 음악의 핵심이다. 이에 suis의 투명하고 맑으면서도 여리기만 하지 않은 호소력 짙은 보컬이 더해져 요루시카만의 독보적인 세계를 완성한다.


상실과 집착, 그리고 창작의 끝에서 남겨진 이야기

[그래서 나는 음악을 그만두었다 ( だから僕は音楽を辞めた )]는 2019년 4월 10일 U&R Records를 통해 발매된 요루시카의 첫 번째 정규 앨범이다. n-buna가 직접 쓰고 삽화를 그린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컨셉 앨범으로, 스웨덴 각지를 여행하는 주인공 '에이미(Amy)'가 '엘마(Elma)'에게 보내는 편지와 노래 총 14곡을 담고 있다.

스페셜 패키지 한정판에는 에이미가 엘마를 향해 써 모은 편지, 가사, 방문한 거리의 사진 등을 담은 나무 상자가 재현되어 있어, 청취자가 음악과 함께 이야기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단순한 컨셉 앨범을 넘어 음악이 하나의 문학 작품처럼 기능하는 독특한 구조다.

경쾌한 멜로디의 기타 드리븐 곡들이 주를 이루지만, 그 뒤에는 갈망, 실존적 불안, 창작의 고통이라는 무거운 주제가 숨겨져 있다. 피아노와 n-buna의 기타 라인이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사운드적 긴장감, 그리고 "パレード"에서 바이올린을 더해 감정의 결을 풍성하게 쌓아가는 방식이 앨범의 완성도를 높인다. Album of the Year에서 유저 스코어 83점을 기록하며 팬과 평단 모두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

 

  1. 1. 8/31
  2. 2. 藍二乗
  3. 3. 八月、某、月明かり*
  4. 4. 詩書きとコーヒー
  5. 5. 7/13
  6. 6. 踊ろうぜ
  7. 7. 六月は雨上がりの街を書く
  8. 8. 五月は花緑青の窓辺から
  9. 9. 夜紛い
  10. 10. 5/6
  11. 11. パレード *
  12. 12. エルマ
  13. 13. 4/10
  14. 14. だから僕は音楽を辞めた

밝은 사운드와 대비되는 내면의 균열

藍二乗 (아이 니죠/인디고의 제곱)
앨범의 서막을 열고 실질적인 첫 곡 역할을 하는 트랙. 피아노와 n-buna의 기타 라인이 만들어내는 빠른 긴장감 위로 suis의 보컬이 "인생은 제곱으로 푸르다"는 가사를 노래한다. 청춘의 방황과 고독을 빠른 밴드 사운드로 표현하면서도 멜로디의 훅이 강렬해 순식간에 귀에 박힌다. 에이미가 여행을 시작하며 느끼는 조급함과 해방감이 동시에 담겨 있다.

 

詩書きとコーヒー (시 쓰기와 커피)
경쾌하게 시작되다가 점차 고조되는 곡으로, suis의 능력이 가장 잘 발휘되는 업템포 트랙 중 하나다. 가사 안에는 창작의 고통, 스스로를 향한 불신, 비교에서 오는 열등감이 녹아 있다.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글을 쓰려다 멈추는 에이미의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지며, 청각적인 경쾌함과 가사의 무게감 사이의 대비가 이 곡의 핵심이다.

 

だから僕は音楽を辞めた (그래서 나는 음악을 그만두었다)
앨범의 타이틀곡이자 요루시카의 대표곡 중 하나. "間違ってるんだよわかってるんだ(틀렸다는 건 알아) / あんたら人間も本当も愛も救いも優しさも人生もどうでもいいんだ(너희들 인간도 진실도 사랑도 구원도 친절함도 인생도 다 상관없어)"라는 가사에서 음악에 대한 애증과 현실 사이의 괴리감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온다. 후반부로 갈수록 suis의 보컬이 극적으로 고조되며 앨범 전체 서사를 매듭짓는다.


멜로디와 가사가 교차하며 서사를 완성하는 결정적 순간들

이 앨범의 여러 수록곡 중 유독 손길이 많이 가는 두 곡은 Track 3. 八月、某、月明かりTrack 11. パレード다.

 

八月、某、月明かり (8월, 누군가, 달빛)

요루시카의 곡들 중에서도 가장 날것에 가까운 에너지가 느껴지는 트랙이다. 강렬한 기타 리프가 치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곡의 공기가 급격히 뒤바뀌며, 단숨에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suis의 보컬 역시 이 곡에서 유독 거칠고 절박한 질감으로 변화하는데, 평소의 청아한 음색과 대비되며 감정의 극단을 드러낸다. 단순한 사운드의 강도가 아니라, 인물의 내면이 외부로 터져 나오는 순간을 포착한 듯한 표현력이 인상적이다.

 

 

パレード (퍼레이드)

같은 앨범 안에서도 결이 완전히 다른 정서를 보여주는 트랙이다. 바이올린이 더해지며 전체적인 분위기가 차분하게 가라앉고, 사운드는 한층 여백을 남기며 흐른다. suis의 보컬은 힘을 덜어낸 대신 더욱 투명하게 빛나며, 특히 후렴부에서는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도 깊게 스며드는 전달력을 보여준다. 요루시카 특유의 문학적인 가사가 이 곡에서 특히 서정적으로 펼쳐지며, 마치 기억을 더듬는 듯한 흐름 속에서 긴 여운을 남긴다.

 


듣는 순간보다, 듣고 난 뒤 더 깊어지는 앨범

[그래서 나는 음악을 그만두었다(だから僕は音楽を辞めた)]는 창작자의 고뇌, 타인과의 비교에서 오는 열등감, 청춘의 허무함을 숨기지 않고 날 것 그대로 드러내어 깊은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앨범이다. n-buna 특유의 화려한 전조와 세련된 기타 사운드, 그리고 suis의 청아하면서도 호소력 짙은 보컬이 만나 '문학적 록'의 정수를 보여준다.

Apple Music은 이 앨범을 "빠르고 기타 드리븐한 사운드에 업비트 멜로디를 얹었지만, 그 안에 갈망과 실존적 불안이라는 훨씬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경쾌한 음악과 무거운 내용이 공존하는 이 이중성이 요루시카만의 독보적인 매력이다.

2019년 8월 발매된 두 번째 정규 앨범 Elma는 이 앨범의 직접적인 속편으로, 에이미가 보낸 편지를 받은 엘마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이어받는다. 두 앨범을 함께 감상할 때 비로소 이야기의 전모가 드러나는 구조이므로, 이 앨범을 들은 뒤 Elma로 이어서 감상하는 것을 강력히 권한다.

J-POP과 인디 록을 좋아하는 청취자는 물론, 문학적인 가사와 탄탄한 세계관을 지닌 컨셉 앨범을 찾는 모든 이에게 이 앨범은 완벽한 선택이다. 요루시카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도, 오랜 팬에게도 이 첫 번째 정규 앨범은 그 시작점이자 정점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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